2025년 회고: 이직 준비와 가족의 변화를 지나며
2025년의 가장 큰 문제는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늘리면서도 무엇을 먼저 지켜야 하는지 분명히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게임을 지웠고, 무작정 넣던 이력서를 멈췄고, 대충 알고 쓰던 기술들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신 얻은 것도 분명했다. 가족이라는 새로운 우선순위,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더 선명한 목표, 그리고 천천히 오래 달리는 방법이었다.
이 회고에서는 가족, 일, 학습이 제 선택 기준을 어떻게 바꿨는지 정리한다. 버린 것과 얻은 것이 2026년의 방향에 어떤 기준을 남겼는지도 함께 남겨보려고 한다.

개인
🍼 새로운 가족
지난해 9월 7일, 와이프와 저 사이에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연스럽게 찾아와 준 생명이 고마웠고, 임신 기간 동안 고생할 와이프를 떠올리니 기쁨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루에 5분씩 책을 읽어주는 태교를 시작했다.
아기는 2025년 5월 2일 오후 2시 12분, 38주 차에 3.12kg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처음 만났을 때 아기는 생각보다 컸다. '이만한 아기가 어떻게 엄마 뱃속에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와이프가 뒤뚱뒤뚱 걷던 날들이 겹쳐보였다.
간호사로부터 와이프도 무사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안도감에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눈물 한 방울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지금은 어느덧 8개월 차다. 벽을 붙잡고 간신히 서는 걸 보며 하루하루가 새롭고, 이후로는 내가 좋아하던 것보다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에 더 집중하게 됐다.
📸 자랑 타임 (부모 특권)

🎮 게임
저는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메이플스토리, 니케, 명조, 마비노기 모바일 등 한때는 동시에 3개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게임이 즐거움만 주는 게 아니라 시간과 기회비용을 함께 가져간다는 걸 느꼈다.
(시간 뺏는 범인 수배)
그 시간에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읽거나 기술 트렌드를 공부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걸 깨달은 날 모든 게임을 한 번에 지우고 데스크탑도 당근에 올렸다. 지금 돌아보면 이 선택이 올해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였다.
🌱 유스방
게임을 지운 뒤 자기계발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며 이직을 시도했다.
이력서를 노션에서 구글 Docs로 뜯어고치고 Figma로 갈아엎기를 반복하며 약 120곳에 지원했다. 20곳에서 서류에 합격해 과제 테스트나 면접 기회를 얻었지만, 결과는 전부 1차 면접 이하 탈락이었다. 처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 없이 무턱대고 던진 도전이었다. 기업 분석도, 강점 정리도, 전달 전략도 부족했다.
그러다 카카오 개발자 오픈채팅방에서 딱구님이 공유해주신 유스방 6기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처음에는 이런 게 있구나 정도로 넘겼지만, 마지막 접수일까지 공고가 계속 눈에 밟혀 와이프와 논의한 뒤 지원하기로 했다.
"기술 학습"이 아니라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커리큘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을 정리할 수 있었고, 운 좋게 합격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 1차: 나를 돌아보는 미션
- 2차: 기업 분석 미션
을 거치며 왜 계속 1차에서 탈락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중이다.
🎓 학위
전문학사로 커리어를 이어오다 보니 학사 학위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졌다.
"이건 정말 나를 찾는 포지션인데..." 싶은 공고에서도 서류 단계에서 걸리는 이유가 아마 이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학사 학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였다.
개강 직전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 취득을 결정했다. 이미 보유하고 있던 정보처리산업기사와 SQLD 덕분에 비교적 빠른 플랜을 세울 수 있었고, 현재 141학점으로 요건을 충족했다.
2026년 2월 이후에는 이 문제로 발목 잡힐 일은 없을 것이다.
📚 독서
올해는 기술 트렌드보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책을 많이 읽었다.
인상 깊었던 책들
데이터 엔지니어 전환을 목표로 빅데이터를 지탱하는 기술, 견고한 시스템 엔지니어링도 읽었다.
이 책들 이외에도 올해만 8권 이상을 읽었고, 내년 목표는 월 1권이다. 책을 읽고 제 생각을 덧붙여 지식으로 만드는 건 즐거운 일이다.
회사
🛠 기술 공부
회사에서 '대충 알고 쓰던 기술들'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Kafka, MSA, DDD, 테스트 코드, 아키텍처 설계.
특히 "역할별로 나누어진 이 시스템이 진짜 MSA인가?",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인가?", "이런 불편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같은 질문을 계속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있었다. 구조를 이해하려다 보니 결국 바운디드 컨텍스트 문제까지 도달하게 됐다.
영상 도메인도 처음 경험했다. H.264, MPEG-4 같은 영상·음성 개념을 제대로 다뤄보고 프로덕션 설계까지 이어본 경험은 큰 자극이 됐다. https://ieunune.notion.site/31b67939243941038e4b373418153217
병목 구간이나 비효율적인 코드를 찾아 속도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인 뒤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일은 개발자로서 가장 큰 힘이 된다.
📊 직무 고민
토스증권에 다니는 친구와의 대화를 계기로 데이터 엔지니어 직무를 새롭게 보게 됐다.
통계, 스트리밍, 자동화. 회사 시스템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MS(CDC) → S3(Storage) → Glue(Catalog) → 팩트/디멘전 테이블 설계까지 시니어 개발자분과 함께 PoC를 진행하며 데이터 엔지니어의 업무를 경험했고, 이 직무의 매력도 더 분명하게 알게 됐다.
이후 개인적으로 CTR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글을 다시 다듬는 지금은 사내에서 인정받고 시스템 전환을 리딩할 기회가 생겨 무척 기쁘다.
🎤 유스콘
12월 27일에는 유스콘 25에 멘토로 참석해 AI를 활용한 비용 0원 학습법을 공유하는 세션을 진행했다. 멘티분이 집중해서 들어주신 덕분에 준비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발표도 유익했고 듣는 분들의 반응도 좋았다. 현장의 열기에서 받은 자극을 에너지 삼아 미뤄왔던 이력서 지원까지 마무리.
추첨을 통해 받은 책. 1, 2, 3장이 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2026년에 가져갈 기준
올해 남은 기준은 단순하다.
- 시간이 부족할수록 먼저 지킬 것을 정한다.
- 커리어 목표는 막연한 욕심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검증한다.
- 가족과 일 사이에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속도를 찾는다.
결국 2025년은 더 많이 하는 해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 고르는 해였다. 그 선택이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방향과 가족을 중심에 둔 생활 리듬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마무리 🌅
돌아보면 올해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버린 것도 많았고, 새롭게 시작한 것도 많았다.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먼저 고르고, 막연한 욕심보다 오래 갈 수 있는 속도를 택하고, 커리어에서는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목표를 더 분명하게 붙잡게 됐다.
이 기준을 잘 이어가서 2026년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으로 이직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
2025년, 잘 보내주었다. 👋